뷰티라이프 칼럼

[스크랩] 우리 시대의 자화상

불량아들 2006. 5. 18. 16:21
Editor's Letter

우리 시대의 자화상

새해의 새로운 희망과 기대가 채 가시기도 전인 어제(2005년 1월13일),
백주 대낮의 명동거리에서 무협영화를 촬영하는 것과 같은 장면을
처음엔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시민들은
그것이 미용인들의 패싸움(?)이란 누군가의 말을 듣고
혀를 끌끌차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벌건 대낮에,
서울의 심장부라는 명동거리에서
미용인들끼리 쫒고 쫒기는 장면을
기자도 서글픈 마음으로 지켜봐야했습니다.
서글프다 못해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2005년 1월 13일 오전 11시,
명동의 세종호텔에서는 대한미용사회중앙회의
제237차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지요.
지금 중앙회는 회보 제작에 대한 경비 과다 지출 건,
9~10기 기술 강사 선발에 대한 공정성 건,
미용회관 재건축에 대한 금액 타당성 건 등으로
김순자 감사의 특별 감사가 진행 중이었고,
특별 감사 중에 김순자 감사는 회보 제작에 대한 건은
경비가 과다 지출된 것에 대한 감사 의견을 냈으며
기술 강사 선발에 대한 부정과 미용회관 재건축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
강경남 회장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기야 강 회장은 감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전국의 많은 미용인은 이러한 강 회장의 행동을 비난하며
지난 1월 10일에는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이날의 이사회도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
강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세종호텔로 속속 집결,
긴장감이 팽배한 가운데 예정돼 있던 회의장 안으로 들어간
김순자 감사가 강 회장의 경호를 담당하는 핸디 김으로부터
구타를 당하여 인근 병원 응급실로 호송되는
불상사가 초래되었습니다.
이날 김순자 감사는 기술 강사 선발과
미용회관 재건축의 특별 감사 실시에 따른 감사 의견을
이사들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이사회에 참석하려 했던 것입니다.
감사가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구타를 당하자
미용인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분노와 함께 허탈해 했고
회의장 밖에서 이사회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강 회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바뀐 장소에서 미리 대기하며
미용인들을 따돌린 회장단과 이사들은
보디 가드들의 철저한 보호 속에서
오후 2시를 훨씬 넘긴 뒤 이사회를 끝냈고,
007을 방불하는 작전으로 세종호텔을 빠져나오다
몇몇 이사들이 밖에서 기다리던 미용인들과 만났고
그 와중에서 앞에서 언급한
대낮의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지금 우리 미용계는 극심한 혼란과 불신에 휩싸여 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울분과 한숨을 토하고 있습니다.
그런 미용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지는 못할망정
미용인이기를 부끄럽게 만드는 행태들이
책임있는 미용인에게서 나오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결자해지가 그것입니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고
푸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오늘(2005년 1월 1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4단독(판사 전지원)에서는
미용계에 일파만파 파장을 몰고 올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사건 번호 2004 고정 3046호
피의자 강경남 앞으로 내려진 선고는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 훼손 유죄가 인정되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다.
이의 신청은 기각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기자가 미용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선고가 확정된다면 강경남 회장은 중앙회 회장직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선거 전에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후보자가 당선되더라도 명예 훼손 등 범법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당선 사실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에 서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경기도지회의 경우 이정순 후보가 당선되고도
축하 화분을 보냈다는 이유로
지회장에 임명되지 않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선고는 강 회장에게 최대의 시련이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강 회장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때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42년 1월 24일
윤동주 시인은 <참회록>을 발표했습니다.
진실한 참회만이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으로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리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뷰티라이프 2월호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