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손미경 원장한테서 전화가 온다.
올해 대박을 터뜨린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헤어를 담당했던 그녀다.
<왕의 남자>가 흥행 신기록을 이루어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녀의 의상과 헤어도 한 몫 했음은 분명하다.
작년 겨울, <왕의 남자> 시사회가 끝나고 충무로 한 갈비집에서
왕의 남자 감독을 비롯, 연기진, 스텝진 80여 명과 뒤풀이를 함께 했었다.
맥주집으로 간 2차에서 정진영 씨와 느끼한 대화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손미경 원장은 작년 초 <한국여인의 髮자취>라는 책을 내서
문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열흘 이상이나 만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지내셔. 나 보고 싶지 않았어."
"당근 보고 싶지. 막걸리 한 잔 해얄틴디."
누가 더 보고 싶었는지 내기 하자는 유치찬란한 대화가 이어지다가,
이따 8시에 서울극장에서 <한반도> 시사회가 있는데 같이 보잔다.
'고전머리연구회' 회원들과 시사회 보고 근처에서 한 잔하며 미팅하잔다.
손미경 원장은 이번 <한반도>에서도 강수연 씨의 머리를 담당했다.
참말로,
실은 나도 8시 30분에 대한극장에서 <한반도> 시사회를 보기로 했는데 말이다.
다른 약속이 있다고 어물쩍 넘기다가
영화가 끝나는 10시 30분쯤에 합류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끝는다.
8시 30분, 대한극장. <한반도> 시사회.
초호화 캐스팅이다.
우선 강우석 감독에,
강수연, 안성기, 문성근, 조재현, 차인표, 독고영재, 김상중...등등
또 누가 빠졌낭.
몇 가지 어설픈 장면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썩 괜찮은 영화다.
가슴 찐한 장면도 나온다.
현재 일본과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시끌짝한데 시기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몇 분 등장하지 않았지만 강수연의 연기는 역시 카리스마가 있다.
개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고 강수연이 얹은 대수머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영화가 끝나고 떡볶이를 사들고 <남산골한옥마을>로 간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있다.
소나무숲 사이에서 조올고 있는 가로등 아래 벤치에 앉아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다.
살랑살랑 바람결이 부드럽다.
행복한 시간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호위병 노릇을 하다가 숲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2006.7.4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