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머니의 병문안

불량아들 2017. 4. 20. 11:15

어머니의 병문안

 

주님의 은총이 온 누리를 장악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날

시골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차창 밖 풍광은 경이로운데

아들 마음은 경이롭지가 않다

아내는 어머니 걱정에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자그마한 체구에 4남매를 낳으시고

지금도 산기슭의 밭을 매러 다니시는 어머니,

논밭에 풀이 우거지면 남들이 흉본다고

새벽부터 들일 나가신다

 

병상의 어머니는 작은 체구가 더 작아 보인다

주름살이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세월을 비껴가는 이는 없는가

먼 길을 왜 왔느냐며 잡는 손이 따뜻하다

이 손은 한 집안을 일으켜온 손

네 명이 쓰는 병실 안,

겨울 햇살도 다소곳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가져온 음식을 같은 방 환자들과 똑같이 나눠드시며

큰아들이라고 연신 소개하신다

 

병원 휴게실에서 온 가족이 만난다

학예회 수준이다

큰일이 있어야만 만나는 잘못된 이치

가족 간의 정도 자주 봐야만 익는다는 이치

소중한 것은 서로를 위할 때 빛난다는 이치

몸소 보여주시는 어머니의 병환

병원 문을 나서며

겨울바람보다 시린 마음을 얻어가는

서울 사는 큰아들이다

 

<뷰티라이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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