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움직임-우영창- 확고한 움직임 -우영창(1955~ ) 이 세계의 질서에 강자의 패권에 편입되지 않는 확고한 움직임을 나는 너의 뜻 없는 분주함 속에서 보았다 아가야 내가 읽은 시 2015.05.06
화살나무-박남준- 화살나무 -박남준-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 화살나무, 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내가 읽은 시 2013.05.20
무당벌레-김용택- 무당벌레 -김용택- 아랫도리를 발가벗은 아가가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쪼그려 앉더니 뒤집어진 무당벌레를 손가락으로 툭 건듭니다. 무당벌레가 뒤집어지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갑니다. 아가가 우우우우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는 무당벌레를 가리키다가 자기 손가락을 찬찬히 .. 내가 읽은 시 2013.05.20
"응" -문정희- “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 내가 읽은 시 2013.05.20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 내가 읽은 시 2013.05.20
파문-권혁웅- 파문 -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 내가 읽은 시 2013.05.16
어떤 품앗이-박성우- 어떤 품앗이 -박성우-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구 년 뒤, 한천양반이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다시 십일 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 내가 읽은 시 2013.05.16
좋겠다-고운기- 좋겠다 -고운기- 저물 무렵 먼 도시의 번호판을 단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빠져나간다 가는 동안 밤을 맞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버스를 탄 사람 몇이 먼 도시의 눈빛처럼 보이는데 손님 드문 텅 빈 버스처럼 흐린 눈빛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집에는 옛.. 내가 읽은 시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