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김용택- 무당벌레 -김용택- 아랫도리를 발가벗은 아가가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쪼그려 앉더니 뒤집어진 무당벌레를 손가락으로 툭 건듭니다. 무당벌레가 뒤집어지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갑니다. 아가가 우우우우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는 무당벌레를 가리키다가 자기 손가락을 찬찬히 .. 내가 읽은 시 2013.05.20
"응" -문정희- “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 내가 읽은 시 2013.05.20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 내가 읽은 시 2013.05.20
파문-권혁웅- 파문 -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 내가 읽은 시 2013.05.16
어떤 품앗이-박성우- 어떤 품앗이 -박성우-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구 년 뒤, 한천양반이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을 자줬다 다시 십일 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 내가 읽은 시 2013.05.16
좋겠다-고운기- 좋겠다 -고운기- 저물 무렵 먼 도시의 번호판을 단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빠져나간다 가는 동안 밤을 맞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버스를 탄 사람 몇이 먼 도시의 눈빛처럼 보이는데 손님 드문 텅 빈 버스처럼 흐린 눈빛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집에는 옛.. 내가 읽은 시 2013.05.16
소가죽북-손택수- 소가죽북 -손택수- 소는 죽어서도 매를 맞는다 살아서 맞던 채찍 대신 북채를 맞는다 살가죽만 남아 북이 된 소의 울음소리, 맞으면 맞을수록 신명을 더한다 노름꾼 아버지의 발길질 아래 피할 생각도 없이 주저앉아 울던 어머니가 그랬다 병든 사내를 버리지 못하고 버드나무처럼 쥐여.. 내가 읽은 시 2013.05.16
낯선 곳-고은- 낯선 곳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 내가 읽은 시 2013.05.16
웃은 죄-김동환- 웃은 죄(罪)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한모금 달라기에 샘물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었지요. 평양성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내가 읽은 시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