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둥글구나-알34 -정진규- 아, 둥글구나 ―알 34 -정진규- 우리는 똑같이 두 팔 벌려 그 애를 불렀다 걸음마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 애가 풀밭을 되똥되똥 달려왔다 한 번쯤 넘어졌다 혼자서도 잘 일어섰다 그 애 할아버지가 된 나는 그 애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들고 있었고 그 애 할머니가 된 나의 마누라는 그 .. 내가 읽은 시 2013.05.16
어떤 평화-이병일- 어떤 평화 -이병일-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오늘도 아홉시 버스로 장에 나와 병원 들러 영양주사 한대 맞고 소약국 들러 위장약 짓고 농협 들러 막내아들 대학등록금 부치고 시장 들러 생태 두어마리 사고 쇠고기 한근 끊은 일흔다섯살의 아버지, 볼일 다 보고 볕 좋은 정.. 내가 읽은 시 2013.05.16
수면-권혁웅- 수면 -권혁웅- 작은 돌 하나로 잠든 그의 수심을 짐작해보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름치마처럼 구겨졌으나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했다 팔매질 한 번에 수십 번 나이테가 그려졌으니 그에게도 여러 세상이 지나갔던 거다 내가 읽은 시 2013.05.16
꽃들-문태준- 꽃들 -문태준- 모스끄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스물네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 꽃집마다 ‘꽃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라는 말의 둘레라면 세상의 어떤 꽃인들 피지 못하겠는가 그 말은 은하처럼 크고 찬찬한 .. 내가 읽은 시 2013.05.16
우주의 어느 일요일-최정례- 우주의 어느 일요일 -최정례-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 내가 읽은 시 2013.05.16
담배꽃을 본 것은 -나희덕- 담배꽃을 본 것은 -나희덕- 마흔이 가까워서야 담배꽃을 보았다 분홍 화관처럼 핀 그 꽃을 잎을 위해서 꽃 피우기도 전에 잘려진 꽃대들 잎그늘 아래 시들어가던 비명소리 이제껏 듣지 못하고 살았다 툭, 툭, 목을 칠 때마다 흰 피가 흘러 담뱃잎은 그리도 쓰고 매운가 담배꽃 한줌 비벼서.. 내가 읽은 시 2013.05.16
불완전변태 사랑 불완전변태 사랑 당신 애꾸눈이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당신 뚱보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들이 눈독들이지 않도록 당신 절름발이였으면 좋겠어요 내 당신 업고 세상 구경 나가리 오늘도 우리는 불완전변태 사랑을 익힌다 <뷰티라이프> 2013년 3월호 자작시 2013.05.06
바보 동생 바보 동생 우리 동생은 바보 유치원 공부 배추는 어디에서 날까? 물으면 시장이라네 할머니도 바보 동생말이 맞다고 호호호 맞장구치네 우리 동생은 바보 유치원 공부 ‘커서 뭐가 될래요?’ 빈 칸에 아빠 각시 된대요 껄껄껄 웃으시는 할아버지도 바보 우리 집은 이상해 <뷰티라이프&g.. 자작시 2013.05.06
詩 詩 시시한 시는 절대 없다 시는 산사의 언어 스님의 목탁소리처럼 고요하게 어린 아이의 뜀박질처럼 경쾌하게 총총총 총소리 울려 퍼진다 악어는 꺼이 꺼이 운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총소리를 이겨내는 저 장단음 혼탁의 시대 시는 부활하고 또 부활한다 산사의 목탁소리처.. 자작시 2013.05.06
봄봄 봄봄 봄날 버스를, 또는 기차를 타고 세상을 환하게 수놓고 있는 꽃을 보는 재미는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녘을 보면 당장 쟁기라도 짊어지고 밭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봄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하든가요! 우리 미용계에도 지금의 봄날처럼, 봄.. 뷰티라이프 칼럼 201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