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여름밤 날개 짓 할수록 몸이 뜨거워지는 이카루스, 섬진, 강, 물고기들은 강물에 스민 달빛을 먹고 자란다 <뷰티라이프> 2016년 4월호 자작시 2016.08.15
어떤 전화 어떤 전화 야야, 올해가 느그덜 삼재란다야 밤길 조심허고 술은 조금만 먹어얀댜 암데나 도장 찍지 말고 올 여름에 물조심해얀댜 니덜 입던 빤스 하나씩만 보내라잉 빤스만 있으믄 된댜 돈도 많이 안등께 눈 딱 감고 삼재풀이 허자 나는야 새로 헌 이빨이 자꾸 거시기헌다야 글토 암시랑 .. 자작시 2016.03.25
술주정 술주정 세상이 다 미쳤다 술 묵은 내가 미쳤다 좆가튼 세상 누가 만들었지? 내가 이 미친 세상에 동화되어 살고 있지 크흐 아니다 내가 이 세상을 미치게 만들어따 어이 씨발 크흐 좆가튼 세상 왜 내가 니가 되냐? 지금 몇 시지? 불 꺼 자자 우리 이 서방 오늘 또 술 많이 잡수시었네 <뷰티.. 자작시 2016.03.25
어떤 출근길 어떤 출근길 아파트 문을 나서자 참새 몇 마리 날아오르는, 화단을 고르고 있던 경비 아저씨, -사장님, 어젯밤 많이 드셨대, 몸 생각해야쥬 화단이 이영애 얼굴보다도 곱다 할머니 손을 잡고 등원하는 ‘동선어린이집’ 계집애는 여전히 양 갈래 머리, -아찌 안녕? 깨물어주고 싶네 -어디서.. 자작시 2016.03.25
선인장 선인장 나무는 상처를 보듬어 옹이를 만들고 스님은 인내하여 사리를 만드는데 그대는 전신을 뒤틀어 눈을 만들었구나 아침 햇살에 더욱 빛나는 가시눈 몇 개 <뷰티라이프> 2015년 12월호 자작시 2016.03.25
죽음의 가격 죽음의 가격 초등학교 동창인 덕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한 인생이 떠났다 덕자 아버지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모습도 모내기철에 꽹과리를 잘도 치던 모습도 개울물이 불었을 때 꼬맹이들을 업고 건너던 모습도 이젠 볼 수 없다 회장인 광종이는 부조를 .. 자작시 2016.03.25
어떤 생각 어떤 생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지친 머리를 달랠 겸 찾은 중국의 장가계는 덥고 습했습니다 삶의 경계를 드나드는 장가계는 신선과 도적, 원숭이가 함께하는 이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징주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 이튿날 새벽, 중국 여인의 비명이 간.. 자작시 2016.03.25
인생은 물같이 흐르는 것 인생은 물같이 흐르는 것 삶은 물같이 흐르는 것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천천히 흐르는 것 시냇물이 맑은 소리를 내는 건 조약돌이나 바위를 만나 여울목을 만들기 때문 여울목이 깊으면 물소리는 더 크네 삶이 고되다고 징징대지 마세 삶이 야위었다고 투정하지 마세 여울목은 스스로 .. 자작시 2015.11.16
어떤 축사 어떤 축사 느그덜, 성공허려고 무지 애쓰덜 말어잉 사람이란 게 되는 놈은 되고 안 되는 놈은 안 되는겨 머리 안 좋은디 공부 잘하려고 발버둥치덜 말랑게 잘하는 걸 하는겨 달리고 공차고 노래 부르고, 할 일이 얼매나 많은겨? 행복지수를 낮추고 거기에 도달하면 기뻐해야는겨 성공이 별.. 자작시 2015.11.16
손톱 다듬는 여자 손톱 다듬는 여자 잘록한 허리를 하고 머리 헝클어진 여자 맥주 한 병에 얼굴 붉어진 여자 정성스레 손톱을 다듬네 빨강 노랑 색깔도 칠하고 형광등 아래 손톱을 비춰보며 삶은 이렇게 수런거리는 것이라는 듯 쯧쯧 혀를 차기도 하고 책상 밑 먼지도 쓰윽 훑어보면서 잘도 손톱을 다듬네 .. 자작시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