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사기꾼 나는 사기꾼이다 딸에게 마당이 있는 집도 마련해주지 못했고 아내에겐 달콤한 말도 못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굽은 허리를 펴주지도 못하고 있다 못하는 게 어디 이것뿐이랴 한 사람 가슴에 남을 시 한 편 못 만들고 있으니 시인이란 이름의 사기꾼이 어이 아니랴 사기꾼이 사기 치.. 자작시 2014.01.13
아삼삼 아삼삼 아삼삼 아삼삼 시를 읽다가, 왜 닭 모가지도 아닌데 비틀죠? TV를 보다가, 쟈가 쟌가? 누에는 일곱 번의 잠을 자고 안주로 나온 오징어 다리 두 개가 비었다 길을 걷다가, 떨어진 십 원짜리 두 개 개가 컹컹 짖는다 석양이 노랗다 <뷰티라이프> 2013년 9월호 자작시 2014.01.09
능소화 사랑 능소화 사랑 능소화 -오인태- 누가 발목을 저리도 모질게 붙들고 있을까 내 사랑은 끝내 담을 넘어 내게 오지 못했다 여름내 안간힘으로 목만 늘이다가 눈 부릅뜬 채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처절쿠나 내 사랑 능소화 같은 사랑 그래도 고마운 내 사랑 <뷰티라이프> 2013년 8월호 자작시 2014.01.09
비가 오는데 비가 오는데 비가 오는데 술 마시는데 천 지 사 방 그리움이다 빗방울이다 전선 위에 나무줄기에 술을 먹는데 비가 오는데 <뷰티라이프> 2013년 7월호 자작시 2014.01.09
목련꽃 아래에서 목련꽃 아래에서 4월이었다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 골목길이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오메 반갑다. 또 이렇게 피워줘서 겁나게 고맙다야.’ 연신 중얼거리고 계셨다 마치 주문을 외우고 계신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랑곳없다는 듯 감탄해 마지않.. 자작시 2013.11.14
봄의 침묵 봄의 침묵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19호 아주머니가 막걸리 세 통을 들고 초인종을 누릅니다 나는 초인종 소리가 싫습니다 막걸리 한 통이 초인종을 누릅니다 그녀에게도 고민은 많습니다 듣다보니 산적합니다 내 골칫거리보다도 많습니다 술을 따르는 그녀의 손등이 형광등 아래 .. 자작시 2013.11.14
詩作 詩作 시 두 봉지를 주고 참깨 한 말을 받았다 우리 집에선 시도 돈이 되는 세상이라며 모처럼 즐겁다 시 두 봉지를 주고 얻은 깨 한 말 우리 집은 봄볕보다 참깨 향내 더 가득하다 봄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뷰티라이프>2013년 4월호 자작시 2013.11.14
불완전변태 사랑 불완전변태 사랑 당신 애꾸눈이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당신 뚱보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들이 눈독들이지 않도록 당신 절름발이였으면 좋겠어요 내 당신 업고 세상 구경 나가리 오늘도 우리는 불완전변태 사랑을 익힌다 <뷰티라이프> 2013년 3월호 자작시 2013.05.06
바보 동생 바보 동생 우리 동생은 바보 유치원 공부 배추는 어디에서 날까? 물으면 시장이라네 할머니도 바보 동생말이 맞다고 호호호 맞장구치네 우리 동생은 바보 유치원 공부 ‘커서 뭐가 될래요?’ 빈 칸에 아빠 각시 된대요 껄껄껄 웃으시는 할아버지도 바보 우리 집은 이상해 <뷰티라이프&g.. 자작시 2013.05.06
詩 詩 시시한 시는 절대 없다 시는 산사의 언어 스님의 목탁소리처럼 고요하게 어린 아이의 뜀박질처럼 경쾌하게 총총총 총소리 울려 퍼진다 악어는 꺼이 꺼이 운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총소리를 이겨내는 저 장단음 혼탁의 시대 시는 부활하고 또 부활한다 산사의 목탁소리처.. 자작시 201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