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와 나, 그대와 나, 그대와 한 세상 만들고 싶네 봄바람이 꽃잎 만들듯 갈바람이 나뭇잎에 스미듯 강바람은 삭풍을 껴안아 얼음을 제 식구로 맞네 <뷰티라이프> 2015년 6월호 자작시 2015.11.16
오월 한낮 오월 한낮 오월 한낮, 강남대로 골목길 안 허름한 식당입니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수육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을 무뚝뚝하게 내려놓습니다 그대는 나와 마주앉아 소주를 마십니다 소주잔 속에는 과거가 깃들어 있습니다 소주잔 속으로 추억이 투명하게 흘러갑니다 투명하지 않은 기억도 흘.. 자작시 2015.11.16
모과 모과 할머니 제삿날 시골집에 갔더니 뒤뜰의 모과나무, 몇 개 열매를 달고 당당하게 서 있네 할머니 마음처럼 서러운 것, 주름진 거 다 껴안고 제 속살로 단단히 익어가는, 안에 있는 향기조차 모두 껴안은 저, 모과 우리 집은 달빛보다도 모과 향 더 빛나네 <뷰티라이프> 2015년 3월호 자작시 2015.07.15
텐진시의 니카이넨 씨 텐진시의 니카이넨 씨 중국 텐진시에 사는 니카이넨 씨는 홍목 가구상의 총경리 의자 하나에도 몇 백, 몇 천 만원씩 하는 홍목 가구는 중국 거부들의 상징 그의 일과는 단순하네, 따분해 보이기까지 하네 아침엔 헬스장에 가서 몸을 만들고 오후엔 사무실에 나와 보이차를 끓이네 친구들.. 자작시 2015.07.15
우리 사랑 우리 사랑 당신은 중증이고 나는 말기예요 우리 사랑은 암이었다 치유할 수 없는, 그러나 우리 사랑은 저 강을 또 건너 나룻배 행인 싣고 왔다 그러자 눈이 오고 꽃이 피었다 새 몇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뷰티라이프> 2015년 1월호 자작시 2015.07.15
무리지어 흔들리는 것은 아름답다 무리지어 흔들리는 것은 아름답다 흔들리며 무리지어 있는 것들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하늘공원 억새밭의 억새 무리가 그렇고 아파트 담장을 떼 지어 피어 있는 장미는 또 어떻던가 손잡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그 어떤 선율보다도 맑고 여름 바람에 반짝이며 흔들리는 포플러 잎들은 .. 자작시 2014.12.18
밥을 먹다가 밥을 먹다가 밥을 먹다가 얹혔다 갑자기 네 생각이 났던 모양 술을 마시다가 딸꾹질 또 네 모습이 떠올랐던 모양 낙엽 지는데 구름은 어지러이 모양을 만들며 저만치 섰네 <뷰티라이프> 2014년 11월호 자작시 2014.12.18
잊고 사는 것 잊고 사는 것 두 달 전부터 잡은 저녁 약속이 있던 날 아침, 허리 끊어지는 아픔으로 119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간 날, 긴 주사를 맞고 한잠 끝에 문자를 한다 -그대들은 허리 아프지 않아서 좋겠네 부모님 팔순 잔치를 화창하게 치른 친구에게 한 마디 -두 분 다 살아 계셔서 무지 좋겠네 저.. 자작시 2014.12.18
매미 울다 매미 울다 칠월 뙤약볕 아래 매미가 운다 대추나무 아래 매미가 우는데 제 몸을 비틀어 내게 무슨 신호를 보낸다 나도 한낮의 매미처럼 네게 어떤 부호를 온몸으로 보내고 싶다 제 온몸을 비틀어 칠월 뙤약볕 속으로 섬광처럼 다가오는 매미 소리 <뷰티라이프> 2014년 9월호 자작시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