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문안 어머니의 병문안 주님의 은총이 온 누리를 장악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날 시골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차창 밖 풍광은 경이로운데 아들 마음은 경이롭지가 않다 아내는 어머니 걱정에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자그마한 체구에 4남매를 낳으시고 .. 자작시 2017.04.20
아지랑이 아지랑이 메아리는 그림자를 부러워했다 그림자는 메아리를 닮고자 했다 마침내 둘이는 하나가 되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아지랑이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뷰티라이프> 2017년 1월호 자작시 2017.04.20
캔버라의 꽃 캔버라의 꽃 지금 창밖은 눈발 몇 송이 머뭇머뭇 내리고 저녁 까치 한 가족 귀가를 서두르고 있는데 겨울나무들은 잔가지 떨며 오돌오돌 서 있네 지금쯤이면 거기에도 석양이 물들 시간 도란도란 얘기하며 저녁을 먹을 시간 따스한 밥 한 끼 먹고 나 있는지? 애비는 겨울나무에 쌓이는 몇 .. 자작시 2017.02.20
불량 남편 불량 남편 우리 남편은 오늘 또 전쟁터로 나갑니다 멀쩡한 얼굴로 출근합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얼굴입니다 손잡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뽀뽀도 진하게 합니다 열심히 일합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합니다 퇴근 시간엔 여지없이 좀 늦을 것 같다고 기별이 옵니다 오늘은 .. 자작시 2017.02.20
눈물 몇 방울 눈물 몇 방울 퀘이사 은하는 지구에서 100광년 거리에 있다 빛은 초당 30만 킬로미터를 가고 빛이 100년을 달려가야 도달하는 곳에 퀘이사 은하는 있네 네 사랑을 잃고 우주에 둥둥 떠 있는 내 눈물 몇 방울 퀘이사 은하는 지구에서 100광년 거리에 있고 내 눈물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네 <.. 자작시 2017.02.20
아크네 아크네 아크네는 예배당 소녀 예배당에서 만났고 예배당 뒤뜰에서 놀았지 아크네는 귀여운 소녀 목이 길었고 발이 희었지 노래를 잘 했지 아크네는 하늘나라의 여자 어느 날 문득 하늘로 갔지 아크네는 거미의 여자 내 마음속에 아직도 거미줄 치며 살지 <뷰티라이프> 2016년 9월호 자작시 2017.02.20
깨구락지 깨구락지 시골 아이들은 깨구락지 두 마리씩을 키웠다 걸을 때마다 뒤꿈치에서 깨구락지가 울었다 비가 오는 날 마을 앞 냇가에서 신나게 물장구라도 치고 올 때는 검정 고무신 뒤에서 살고 있는 깨구락지들의 소리도 덩달아 더 요란했다 개구쟁이들이 손잡고 뛰기 시작하면 그들도 벌떼.. 자작시 2016.08.15
어느 날 어느 날 지하철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는 아가씨 둘 핸드폰을 보며 동시에 웃는다 드라마일까, 코미디일까? 다큐멘터리면 어떠리 지하철 안에서 번진 미소로 지금 세상이 환하다 <뷰티라이프> 2016년 7월호 자작시 2016.08.15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에 귀대 볼 일이다 그 사람 배에 귀를 대면 우르르쾅쾅 천둥소리가 나고 때론 또랑물 흐르는 소리 맑은 피아노 소리가 나기도 한다 댕강댕강 목숨 줄 붙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삶은 이렇게 소리 내며 흐르는 것이라는 .. 자작시 201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