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 치매 대장부 치매 나희 언니 친정아버지 젊었을 때 돈 많고 인물 좋은 세무공무원 뭇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 바람기도 다분해 바람 잘날 없었다네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백발성성 치매까지 왔다네 요양병원 신세까지 졌다네 제 버릇 누굴 주나 병원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 예쁜 간호사 치마 들추.. 자작시 2014.12.18
평화주의자 평화주의자 아내와 손잡고 출근하다 아랫집 재건축 현장을 봅니다 나무가 많았던 낡은 기와집이었습니다 인부들 근육이 울퉁불퉁합니다 유월 햇살에 땀이 빛납니다 우리는 출, 퇴근시마다 공사 현장을 흐뭇하게 지켜봅니다 하루는 인부들이 모자라다고 팀장인 듯한 사람이 투덜투덜 혼.. 자작시 2014.10.14
사랑 연습 사랑 연습 사랑합니다, 라고 천 번을 씁니다 아니 만 번을 씁니다 그리고 또 만 번을 썼습니다 닳은 연필심만큼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뷰티라이프> 2014년 6월호 자작시 2014.10.14
사는 일 사는 일 “왜 연락 안했냐? 섭하다” 출판기념회 마치고 내 친척 같았던 아저씨 전화 사는 일이란 친척 같은 이웃 마음 아프지 않게 하는 일 <뷰티라이프> 2014년 5월호 자작시 2014.10.14
히든 싱어 히든 싱어 그렇게 째나게 부른다고 그녀가 될 수 있나요 목이 터져라 땀 뻘뻘 흘리며 그녀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그녀를 보며 나 목 메네 원 가수보다 또 다른 그녀가 더 가수 같다며 환호하는 이들 많아도 나 목 메네 저 열정, 가엾기만 하네 너는 내가 될 수 없는데 나, 너와 내가 하나라.. 자작시 2014.10.14
고요 고요 서방님 이제 더는 못 참겠어요 참을 인(忍) 자 세 번을 되뇌어봐도 서방님 이제 더는 못 참겠어요 새댁의 방귀에 새벽 이슬은 파르라니 전율하고 알밤 하나 톡, 떨어진다 <뷰티라이프>2014년 3월호 자작시 2014.10.14
경비 아저씨 경비 아저씨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 눈 오면 열심히 눈길 쓰네 머리 하얗도록 빗질하네 출근길 눈 마주치기 전에 인사하네 ‘저 양반은 뒤통수에도 눈이 있나봐’ 배꼽 인사하며 혼잣말 하네 시골에서 김장김치가 온 날 누군가 보내온 열두 병 막걸리 한 박스 낑낑대며 굳이 가지고 오.. 자작시 2014.10.14
성긴 눈 내리다 성긴 눈 내리다 성긴 눈 내리고 이제 나를 떠난 기억 속에 흐릿한 너를 생각한다 화랑들도 이 눈을 맞았으리 성긴 눈 맞으며 활을 쏘고 창을 날렸으리 이제 눈은 깊이를 더해 그 넓이를 더해 어미의 어미 눈앞까지 쌓이고 나는, 나를 잊은 너를 생각한다 춘향이도 이 눈을 맞으며 그네를 뛰.. 자작시 2014.10.14
불량아들의 일기 불량아들의 일기 술을 마시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아스팔트길이 꾸불꾸불 일어났다 전봇대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 나이에 얼굴이나 긁고 다니다니...... 사람들과의 약속도 차일피일 미루던 어느 날, 시골 어머니께서 꿈자리가 사납다며 애호박이며 고추, 고구마를 한.. 자작시 2014.01.13
구토 구토 한때는 나의 입안을, 뱃속을 심지어는 마음속까지 행복하게 했을 토사물을 보며 이제는 내 곁을 떠나간 너를 생각한다 한때는 내 눈을, 내 손등을 내 머릿속까지 꽉 채웠던 너 어지러운 정신으로 꾸역꾸역 변기 속을 채우고 있는 토사물, 와구와구 그 구토를 빨아들이고 있는 변기를 .. 자작시 201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