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게 꽃에게 내 그리움, 외로움 반으로 나누고 쪼개서 봄볕 양지쪽에 널어 놓으리, 먼지로 부스러질 때까지 내 영혼까지 바짝 말라 눈물마저 가슴마저 하나가 되었을 때 바람결에 날려 보내리 그리하여 내 그리움, 외로움 저 꽃 속에서 부활하려니 <뷰티라이프>2011년 4월호 자작시 2011.12.12
아지랑이 아지랑이 먼 봄 언 땅 서슬 퍼런 대지 그러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누구 사랑이더뇨? 이 징한 사랑 이 징한 그리움 <뷰티라이프> 2011년 3월호 자작시 2011.12.12
정경 情景 지하철 안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 한 분이 꾸부정하게 일어나 둘둘 만 신문지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할머니 어깨를 툭, 건드린다 겸연쩍은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할아버지 뒤를 바짝 따라 내리는, 정겨운 어느 겨울 오후 <뷰티라이프> 2011년 2월호 자작시 2011.12.12
인사동 인사동 인사동에서 낭자하게 술 취한 한 남자 무슨 말인가 한참을 지껄이는데 가만, 귀 기울여보니 사. 랑. 은. 미들 거시 못 된다 웃으며 지나치려다 내 마음속을 파고드는 저 한 마디, 나도 못 믿을 사랑을 해왔구나 취한 머릿속에 찬바람 휙 지나간다 어떻게 해야 믿을 사랑이 되.. 자작시 2011.12.12
상처 상처 시골 마을 입구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에 들어설 때마다 나무에 경배했다 마치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 같았다 때가 되면 그 나무에 풍장을 치며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꼬맹이들은 나무 아래에서 놀았고 나무를 타고 놀았다 까.. 자작시 2011.04.18
이 가을엔 이 가을에 이 가을엔 사랑하고 싶다 목놓아 핏빛으로 물드는 저 나무들보다 더 치열하게 사랑하고 싶다 이 가을엔 고독하고 싶다 갈구하다 갈구하다 결국 지고 마는 저 낙엽만큼 고독하고 싶다 이 가을엔 느껴보고 싶다 한 점 바람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저 나뭇잎들의 오르가즘처럼 <.. 자작시 2011.04.18
시골에 내리는 비 시골에 내리는 비 그리움이 짙어지면 몸살이 되고 몸살이 깊어지면 빗방울이 되는가? 저 미치도록 퍼붓는 비, 빗방울, 할머니는 툇마루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리움은 몸살이 되고 몸살은 빗방울이 된다 <뷰티라이프> 2010년 10월호 자작시 2011.04.18
여름 매미 여름 매미 이른 새벽 누군가를 위해 시를 읽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밤새 마신 털털한 막걸리 목소리로 시를 읽는다는 것 목청을 가다듬고 시를 외운다는 것 매미는 자지러지게도 울어쌓는다 저 매미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뷰티라이프>2010.9월호 자작시 2011.04.11
허허 허허 백 년이 가도 천 년이 가도 색 바래지 않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바람 불어도 구름 흘러도 더 찬연하게 빛날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뒷자리 홀로 되새겨보는 <뷰티라이프> 2010년 8월호 자작시 2011.04.11
고향행 고향행 콩콩콩 콩콩콩 할머니 도리깨질에 콩콩콩 콩콩콩 팥팥팥 팥팥팥 어머니 타작 손길에 팥팥팥 팥팥팥 콩팥콩팥 콩팥콩팥 시골 가는 길, 내 유년의 회상 콩팥콩팥 콩팥콩팥 <뷰티라이프>2010.7월호 자작시 201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