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후비다 코를 후비다 코를 파다 시원하게 후비다가 내 가슴속도 네 마음속도 그렇게 시원하게 뚫을 수는 없을까? 뻥 뚫린 콧속처럼 부재 중인 네 생각에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콧속을 파고드는 새끼손가락 네 심장까지 내 혓속까지 스며가겠네 <뷰티라이프 2008.10월호> 자작시 2009.06.04
쿠알라룸푸르에게 쿠알라룸푸르에게 술을 마신다 세 잔 두 잔 한 잔 켜켜이 쌓여가는 네 생각 달래며 달래며 막걸리를 마신다 한 병 세 병 두 병 여름 한낮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네 그리움도 그렇게 오고 동지섣달 긴긴 밤 내려 쌓이는 눈처럼 네 생각도 그렇게 쌓이는데 언제나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처럼 오늘 술로.. 자작시 2009.06.04
핑계 핑계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책 몇 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책 주려고 쿠알라룸푸르 행 비행기표도 같이 예약했다 <뷰티라이프 2008. 8월호> 자작시 2009.06.04
메시지 메시지 술 마신 새벽마다 세상살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대에게 보내는, 성의 없는 그대의 그러나 답신 없는, <뷰티라이프 2008. 7월호> 자작시 2009.06.04
황무지 황무지 밥에 물 말아 먹다가 아니 물에 밥 말아 먹다가 왈칵, 눈물 나는 일 있더라 황무지 같은 내 삶에 스쳐 지나온 세월에, 왈칵 눈물 나더라 왈칵 눈물 나는 일 있더라 그러나 황무지도 일구기 나름이라고 콧잔등의 눈물, 새벽마다 씻어내는 사람 있더라 <뷰티라이프 6월호> 자작시 2008.11.10
지금 나에게 지금 나에게 지금 나에게 꽃 피는 소리 보이지 마라 지금 나에게 저녁 연기 긴 그림자 들려주지 마라 지금 또 나에게 뜨거운 햇살 아래 달궈지는 조약돌 말하지 마라 지금 내게 절실한 건 그대의 손짓뿐 <뷰티라이프 5월호> 자작시 2008.11.10
망각의 서 망각의 서 너는 나를 버리고 나는 너를 버리지 못한다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것이 어찌 형상뿐이랴 마침내 나는 너를 버리고 너는 나를 버리지 못하는 이, 시린 저녁 <뷰티라이프 3월호> 자작시 2008.11.10
없는 그리움 없는 그리움 그리움은 시도 때도 없이 온다 빗방울 속에 방울방울 매달려 오고 울긋불긋 단풍 속에 스며 오고 휘몰아치는 눈송이 속에 벙그는 꽃봉오리 속에 환절기 기침소리에도 있다 일 년을 참고 12월을 넘어 새해 아침에도 어김없이 없는 너 그리움은 새해 첫날에도 온다 <뷰티라이프 2008. 1월호&.. 자작시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