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봄 또 봄 그런 눈길 보여주지 마세요 그런 손길로 마중 나오지 마세요 나풀거리는 꽃잎에도 미끄러질 것 같은, 그대 체취 가득한 이 봄 현기증으로 앓아눕겠는데 그런 눈짓으로 유혹하지 마셔요 그런 손짓으로 신호 보내지 마셔요 바람 불어 눈가루 흩날리는 이 봄 내 맘조차 흩날리는 이 봄 날 가, 만, 히.. 자작시 2011.04.04
상가에서 상가에서 상가입니다 영정을 보며 절을 두 번 합니다 상주와는 절을 한 번 합니다 상주에게도 절을 두 번 하고 싶습니다 즐비한 꽃들을 보며 망자를 생각합니다 입구부터 현란한 꽃들을 보며 상주를 생각합니다 저 꽃들은 망자를 즐겁게 하겠지요? 아니 상주를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즐거.. 자작시 2011.04.04
꿈 꿈 언제나 저녁 비둘기는 대밭을 날아올라 태양이 저물어가는 서쪽 산꼭대기로 향했다 저녁노을이 빠알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동네 아이들은 소를 몰고 산으로 향했다 날파리조차 쫓기 싫은 배부른 소는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고 꼬마들은 돌멩이를 강가 저 멀리까지 날렸다 버들강아지로 휘파람.. 자작시 2010.04.28
슬픈 언약식 슬픈 언약식 10년 후엔 나 어떻게 변해 있을까? 20년 후 그댄 어떤 모습으로 내 곁에 있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우린 어떤 족보를 남길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오늘 우린 또 하나의 슬픈 약속을 하고 <뷰티라이프 2010.2월호> 자작시 2010.04.28
바늘귀 바늘귀 가슴에 구멍을 모으며 모으며 살았네 괴로움을 이유로 슬픔을 이유로 그리움조차도 오늘도 가슴 한 구석 구멍 하나 만들고 그물을 만들어도 되겠네 내 마음 취한 채 잠이 들었네 시골 어머니 이불을 꿰매고 계시네 그런데 한 땀 한 땀 꼿꼿한 바늘 벼락으로 단련했을 추상같은 저 바늘 달랑 구.. 자작시 2010.04.28
겨울에 겨울에 바람이 차다 일상에 지친 그대는 어깨를 옹송그리며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 하얀 가로등만이 고양이 눈마냥 그대를 지키고 있을 뿐 낙엽 몇 잎이 적막한 골목길을 뒤척인다 겨울엔 채워도 채워도 미치지 못하는 공허 그대 언 가슴을 녹이는 군밤처럼 호빵처럼 그렇게 그대를 차지.. 자작시 2010.04.28
메아리 메아리 봄, 산에 올랐다가 보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화들짝 놀란 산들이 꽃 웃음을 터뜨립니다 여름 산에 오르며 그립다고 말합니다 잎 푸른 나무들이 힘내라고 등 두드려줍니다 가을, 산을 타며 사랑한다고 노래합니다 산 전체가 얼굴을 붉힙니다 세상이 온통 하나가 된 겨울 산 정상에서 눈물 흘립니.. 자작시 201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