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곽해룡- 봄 -곽해룡- 봄은 틀림없이 힘이 셀 거야 할머니한테 끌려 다니던 염소 뿔 두 개 달더니 할머니를 끌고 다니잖아 틀림없이 봄은 고집이 셀 거야 봄이란 글자를 잘 봐 뿔 달린 염소처럼 몸 위에 뿔 두 개 달았잖아 내가 읽은 시 2011.09.15
농담-이문재-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 내가 읽은 시 2011.09.15
이상하다-최종득- 이상하다 -최종득- 외할머니가 고사리와 두릅을 엄마한테 슬며시 건넵니다. "가서 나물 해 먹어라. 조금이라서 미안타." "만날 다리 아프다면서 산에는 뭐하러 가요.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요." 늘 주면서도 외할머니는 미안해하고 늘 받으면서도 엄마는 큰소리칩니다. 내가 읽은 시 2011.09.15
봄 편지-박남준- 봄 편지 -박남준-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섰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내가 읽은 시 2011.09.15
겁나게와 잉 사이-이원규- 겁나게와 잉 사이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 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 내가 읽은 시 2011.09.09
와락-정끝별- 와락 -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라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내가 읽은 시 2011.09.09
공양-안도현- 공양 -안도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 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내가 읽은 시 2011.09.09
약속-이탄- 약속 -이탄- 너는 나의 숲이 되고 나는 너의 숲이 되자 숲에는 지금 의지가 내리고 숲에는 지금 한 말씀이 내리고 숲에는 지금 우리의 모든것이 내리고 있다 나는 너의 숲이 되고 너는 나의 숲이 되자 내가 읽은 시 2011.09.05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장석주-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낌! 내가 읽은 시 2011.09.05
그리움-박건한- 그리움 -박건한-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는 소리도 없이 내마음 빈 속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 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나니 내가 읽은 시 201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