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무게-박상천- 즐거운 무게 -박상천-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무중력 상태에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게를 갖지 못하지만 나의 몫만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내가 이 땅에서 나의 무게를 갖듯 우리는 서로의 몫을 끌어당기며 서로의 무게를 확인한다. 너를 끌어당기는 .. 내가 읽은 시 2011.09.05
오줌싸개-김춘추- 오줌싸개 -김춘추- 섭이가 키를 쓰고 또 소금 얻으러 왔습니다 난, 엄매 몰래 소금독을 열며 니, 나이 몇 살이고 남사시럽지도 않나 요때기에 지도나 그리고... 하며 다그치자 섭이는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 줄줄 흘리며 소금이 떨어졌는기라 집에 그래서 내가 엄매 몰래 이걸 쓰고 나왔재, 하는 것이었.. 내가 읽은 시 2011.09.05
히말라야 시다 구함-윤진화- 히말라야 시다 구함 -윤진화- 봉제공장 박 사장이 팔십만원 떼먹고 도망을 안 가부렀냐 축 늘어진 나무 맹키로 가로수 지나다 이걸 안 봤냐. 히밀라야믄 외국이닝께 돈도 솔차니 더 줄 것이다, 안 그냐. 여그 봐라 아야 여그 봐야, 시방 가로수 잎사구에 히말라야 시다 구함이라고 써 잉냐 니는 여즉도 .. 내가 읽은 시 2011.09.05
너를 훔친다-손현숙- 너를 훔친다 -손현숙- 쉿! 불을 꺼. 달빛 몰래 내 몸에 담아 내 몸 안에 네 몸을 심는 거야 시냇물 하나 흐르게 하는 거야. 흐르다가 물살에 밀리고 또 밀려 어디까지, 어둠 속 내 몸의 이파리들 파릇파릇 돋아나 새록새록 뻗어서. 꽃다지 한 묶음 옆구리에 끼고 네 몸에 내 온몸을 친친 감아서 색칠하다 .. 내가 읽은 시 2011.09.05
구부러진 길-이준관-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 내가 읽은 시 2011.09.05
딸을 위한 시-마종하- 딸을 위한 시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내가 읽은 시 2011.09.05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 내가 읽은 시 2010.09.01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 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시자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 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 내가 읽은 시 2007.03.02
버들잎 經典 -박해람- 버들잎 經典 물가에 버드나무 한 그루 제 마음에 붓을 드리우고 있는지 휘어 늘어진 제 몸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휙휙 낙서를 써 갈기고 있다 어찌 보면 온통 머리를 풀어헤치고 헹굼필법의 머리카락 붓 같다 발 담그고 머리 감는 갠지스 강의 순례객 같기도 하고. 낙서로도 몇 마리의 물고기를 허탕치.. 내가 읽은 시 200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