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 내가 읽은 시 2011.09.26
여름날-신경림- 여름날 -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내가 읽은 시 2011.09.26
양말-임찬일- 양말 -임찬일-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아무렇게나 홀랑 까뒤집어서 벗어 던지는 아이들의 양말 걔들 엄마는 호통치기 일쑤이지만 나는 그냥 그 귀여운 발목이라도 보는 듯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들의 발은 못 말리는 것! 이 세상을 쿵쿵 뛰기 위해 온 그 녀석들을 누가 무슨 재주로 말린단 말인가 .. 내가 읽은 시 2011.09.26
호수의 손금-반칠환- 호수의 손금 -반칠환- 얼음호수가 쩌엉 쩡 금간 손바닥을 펴보이자 수십 마리 오리들이 와글와글 엉터리 수상을 본다 걱정 말우 봄부터는 운수 풀리겠수 쩌억 쩍 얼음에 달라붙는 제 물갈퀴 발금의 시린 소망이겠지 내가 읽은 시 2011.09.15
형제-김준태- 형제 -김준태- 초등학교 1,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 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 내가 읽은 시 2011.09.15
봄-곽해룡- 봄 -곽해룡- 봄은 틀림없이 힘이 셀 거야 할머니한테 끌려 다니던 염소 뿔 두 개 달더니 할머니를 끌고 다니잖아 틀림없이 봄은 고집이 셀 거야 봄이란 글자를 잘 봐 뿔 달린 염소처럼 몸 위에 뿔 두 개 달았잖아 내가 읽은 시 2011.09.15
농담-이문재-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 내가 읽은 시 2011.09.15
이상하다-최종득- 이상하다 -최종득- 외할머니가 고사리와 두릅을 엄마한테 슬며시 건넵니다. "가서 나물 해 먹어라. 조금이라서 미안타." "만날 다리 아프다면서 산에는 뭐하러 가요.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요." 늘 주면서도 외할머니는 미안해하고 늘 받으면서도 엄마는 큰소리칩니다. 내가 읽은 시 2011.09.15
봄 편지-박남준- 봄 편지 -박남준-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섰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내가 읽은 시 201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