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와 잉 사이-이원규- 겁나게와 잉 사이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 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 내가 읽은 시 2011.09.09
와락-정끝별- 와락 -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라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내가 읽은 시 2011.09.09
공양-안도현- 공양 -안도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 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내가 읽은 시 2011.09.09
약속-이탄- 약속 -이탄- 너는 나의 숲이 되고 나는 너의 숲이 되자 숲에는 지금 의지가 내리고 숲에는 지금 한 말씀이 내리고 숲에는 지금 우리의 모든것이 내리고 있다 나는 너의 숲이 되고 너는 나의 숲이 되자 내가 읽은 시 2011.09.05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장석주-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낌! 내가 읽은 시 2011.09.05
그리움-박건한- 그리움 -박건한-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는 소리도 없이 내마음 빈 속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 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나니 내가 읽은 시 2011.09.05
즐거운 무게-박상천- 즐거운 무게 -박상천-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무중력 상태에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게를 갖지 못하지만 나의 몫만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내가 이 땅에서 나의 무게를 갖듯 우리는 서로의 몫을 끌어당기며 서로의 무게를 확인한다. 너를 끌어당기는 .. 내가 읽은 시 2011.09.05
오줌싸개-김춘추- 오줌싸개 -김춘추- 섭이가 키를 쓰고 또 소금 얻으러 왔습니다 난, 엄매 몰래 소금독을 열며 니, 나이 몇 살이고 남사시럽지도 않나 요때기에 지도나 그리고... 하며 다그치자 섭이는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 줄줄 흘리며 소금이 떨어졌는기라 집에 그래서 내가 엄매 몰래 이걸 쓰고 나왔재, 하는 것이었.. 내가 읽은 시 2011.09.05
히말라야 시다 구함-윤진화- 히말라야 시다 구함 -윤진화- 봉제공장 박 사장이 팔십만원 떼먹고 도망을 안 가부렀냐 축 늘어진 나무 맹키로 가로수 지나다 이걸 안 봤냐. 히밀라야믄 외국이닝께 돈도 솔차니 더 줄 것이다, 안 그냐. 여그 봐라 아야 여그 봐야, 시방 가로수 잎사구에 히말라야 시다 구함이라고 써 잉냐 니는 여즉도 .. 내가 읽은 시 201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