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정원-정한용-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5) 팔월의 정원 정한용(1958~ ) 꽃이 환하네요, 어머니, 개망초인지 애기망초인지, 뜨거운 여름빛에 새하얗게 부서져요. 저기 산나리인지 땅나리인지, 노랗게 웃는 애들도 있어요, 이게 다 어머니 얼굴이면 좋겠어요. 아범아, 내 생전에 화단 가꾸길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9.18
꽃밭-소강석-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2) 꽃밭 소강석(1962~ ) 아주 없어진 지 오래 뜨락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꽃씨를 뿌려도 싹틀 수도 없는 회색빛 바닥뿐 그래도 아련히 떠오르는 누님의 들국화 향기.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2번째 시는 소강석 시인의 “꽃밭”입니..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6.14
저수지에 빠진 의자-유종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1) 저수지에 빠진 의자 유종인(1968~ ) 낡고 다리가 부러진 나무 의자가 저수지 푸른 물속에 빠져 있었다 평생 누군가의 뒷모습만 보아온 날들을 살얼음 끼는 물속에 헹궈버리고 싶었다 다리를 부러뜨려서 온몸을 물속에 던졌던 것이다 물속에라도 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5.21
이, 별-심종록-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9) 이, 별 심종록(1959~ ) 대리석 바닥 위를 몰려왔다 몰려가는 사람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서는 모르는 사이처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초저녁달처럼 싱싱한 이, 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3.21
탐닉-박완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6) 탐닉 박완호(1965~ ) 분수대 옆 화단, 길을 지나던 개가 우두커니 서서 노란 꽃의 얼굴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산들 산들, 콧구멍으로 숨결이 거칠게 들락거릴 때마다 노란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꽃은 저를 쳐다보는 낯선 얼굴 쪽으로 고개를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2.24
울음-고재종-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3) 울음 고재종(1959~ ) 너 들어 보았니 저 동구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 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 보았니 다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0.01
호박 오가리-복효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0) 호박 오가리 복효근(1962~ )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6.25
나무와 나는-김병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9) 나무와 나는 김병호(1971~ ) 나무가 멀리로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제 몸에 쟁여놓은 기억이 많아서이다 얼룩종다리새의 첫울음이나 해질녘에서야 얇아지는 남실바람의 무늬 온종일 경을 읽는 뒤 도랑의 물소리들 나무는 그것들을 밤새 짓이겨 동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5.28
목련꽃 필 때 너는 뭐 했니-유재복-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8) 목련꽃 필 때 너는 뭐 했니 유재복(1963~ ) 목련꽃 피었다 가진 것 없는 살림에 뿌리 근처 덜 녹은 얼음 조각, 오후의 햇살 조금, 겨울바람에 목 감겨 잡혀간 어린 봄바람, 겨우내 말라비틀어진 개똥 한 덩이, 얼어붙어 땅에 박힌 낙엽 몇 장, 무수히 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5.04
어머니를 버리다-정병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5) 어머니를 버리다 정병근(1962~ ) 풍 맞은 어머니가 밥을 드신다 안간힘으로, 왼쪽으로 오므려 씹는 만큼 오른쪽으로 밥알이 몰린다 오그랑오그랑 로봇처럼 밥을 씹는다 넘어가는 밥보다 흘리는 밥이 더 많다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넙죽넙죽 잘도 받..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