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심종록-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9) 이, 별 심종록(1959~ ) 대리석 바닥 위를 몰려왔다 몰려가는 사람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서는 모르는 사이처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초저녁달처럼 싱싱한 이, 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3.21
남한강 입춘-차용국-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8) 남한강 입춘 차용국(1963~ ) 어젯밤 입춘 손님이 문턱을 넘어오는 봄소식 하나쯤은 증표로 내놓아야 한다고 비 한 줌 살짝 뿌리고 갔는데 그 정도로 언 강이 다 풀리겠느냐며 여전히 표독스러운 동장군 심술에 동면에 빠진 척 숨 고르는 강변 까치만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2.14
창문-박진성-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7) 창문 박진성(1978~ ) 나 다시 태어나면 식물도 동물도 아닌 당신의 창문으로 태어나리라 바람 불면 바람 막고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당신이 여는 창문으로 태어나리라 애초에 생명이 없어서 영원을 사는 당신의 창문으로 당신을 지키리라 당신의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9.01.21
탐닉-박완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6) 탐닉 박완호(1965~ ) 분수대 옆 화단, 길을 지나던 개가 우두커니 서서 노란 꽃의 얼굴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산들 산들, 콧구멍으로 숨결이 거칠게 들락거릴 때마다 노란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꽃은 저를 쳐다보는 낯선 얼굴 쪽으로 고개를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2.24
감나무의 조문-이호준-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5) 감나무의 조문 이호준(1958~ ) 혼자 살다 먼 길 떠난 길안댁 비탈밭에 묻고 오니 대문 옆 늙은 감나무 늦은 조등 켜놓았다 붉은 눈물 그렁그렁 내달았다 그녀, 그동안 혼자 산 게 아니었구나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65번째 시는 이호준..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1.26
늙은 식사-양문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4) 늙은 식사 양문규(1960~ ) 숭숭 구멍 뚫린 외양간에서 늙은 소 한 마리 여물을 먹는다 인적 드문 마을의 슬픈 전설 허물어진 담장 위에서 캄캄한 어둠 속으로 흘러내린다 한낮의 논배미 출렁이는 산그림자를 되새김질하듯 물 한 대접 없이 우직우직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0.31
울음-고재종-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3) 울음 고재종(1959~ ) 너 들어 보았니 저 동구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 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 보았니 다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10.01
멍-박형준-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2) 멍 박형준(1966~ ) 어머니는 젊은 날 동백을 보지 못하셨다 땡볕에 잘 말린 고추를 빻아 섬으로 장사 떠나셨던 어머니 함지박에 고춧가루를 이고 여름에 떠났던 어머니는 가을이 되어 돌아오셨다 월남치마에서 파도소리가 서걱거렸다 우리는 옴팍집..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8.27
수화-조재형-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1) 수화 조재형(1967~ ) 황성공원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청각장애 지닌 부부 노점장사 꾸려가고 있다 손님 뜸할 때면 두 사람 쉬지 않고 수화手話로 대화 나눈다 손으로 그려내는 암호 같은 이야기 가끔 지나며 짐작하건대 계절 따라 메뉴를 바꾸면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7.25
호박 오가리-복효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0) 호박 오가리 복효근(1962~ )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