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는-김병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9) 나무와 나는 김병호(1971~ ) 나무가 멀리로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제 몸에 쟁여놓은 기억이 많아서이다 얼룩종다리새의 첫울음이나 해질녘에서야 얇아지는 남실바람의 무늬 온종일 경을 읽는 뒤 도랑의 물소리들 나무는 그것들을 밤새 짓이겨 동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5.28
목련꽃 필 때 너는 뭐 했니-유재복-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8) 목련꽃 필 때 너는 뭐 했니 유재복(1963~ ) 목련꽃 피었다 가진 것 없는 살림에 뿌리 근처 덜 녹은 얼음 조각, 오후의 햇살 조금, 겨울바람에 목 감겨 잡혀간 어린 봄바람, 겨우내 말라비틀어진 개똥 한 덩이, 얼어붙어 땅에 박힌 낙엽 몇 장, 무수히 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5.04
비 그친 뒤-이정록-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7) 비 그친 뒤 이정록(1964~ ) 안마당을 두드리고 소나기 지나가자 놀란 지렁이 몇 마리 서둘러 기어간다 방금 알을 낳은 암탉이 성큼성큼 뛰어와 지렁이를 삼키고선 연필 다듬듯 부리를 문지른다 천둥 번개에 비틀거리던 하늘이 그 부리 끝을 중심으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3.26
프리미어 리그-박상천-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6) 프리미어 리그 박상천(1955~ ) 프리미어 리그 시즌이면 식구들 모두 잠든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거실에 혼자 앉아 텔레비전 중계를 보며 즐거워하던 당신, 잠이 많던 당신이 자지 않고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당신이 있을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2.23
어머니를 버리다-정병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5) 어머니를 버리다 정병근(1962~ ) 풍 맞은 어머니가 밥을 드신다 안간힘으로, 왼쪽으로 오므려 씹는 만큼 오른쪽으로 밥알이 몰린다 오그랑오그랑 로봇처럼 밥을 씹는다 넘어가는 밥보다 흘리는 밥이 더 많다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넙죽넙죽 잘도 받..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1.29
기차표 운동화-안현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4) 기차표 운동화 안현미(1972~ )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8.01.05
너는 섬이 아니다-신현림-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3) 너는 섬이 아니다 신현림(1961~ ) 너는 섬이 아니다 레고 조각같이 우리는 가까이 이어져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53번째 시는 신현림 시인의 ‘너는 섬이 아니다’입니다. 며칠 전 늦은 저녁, 아무개 시인이 술에 잔뜩 취해 전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7.11.27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김재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2)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1955~ )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드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7.10.27
가자, 장미여관으로-마광수-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1)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1951~2017) 만나서 이빨만 까기는 싫어 점잖은 척 뜸들이며 썰풀기는 더욱 싫어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 가자, 장미여관으로! 화사한 레스토랑에서 어색하게 쌍칼 놀리긴 싫어 없는 돈에 콜택시, 의젓한 드라이브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7.09.26
개 같은 사랑-최광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50) 개 같은 사랑 -최광임(1967~ )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에 개의 눈과 마주쳤다 저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2017.08.30